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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입니까? BTS 컴백라이브 아리랑에 대한 단상
- 땡쥬아빠 11시간 전 2026.03.22 19:49 끌량 새글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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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올린 비평글로 본문의 문체상 경어체가 아닌점 정중히 양해를 구합니다.
*이 글은 BTS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논하는 자리가 아님을 밝힌다. 순수하게 프로덕션의 관점에서 현장의 실무적 제약을 걷어내고 공연 그 자체를 들여다보려 한다. ARMY라면 불편할 수도 있는 시선이지만 이 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BTS라는 숙제
고백하자면, BTS는 내게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이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온 사람으로서, 그들이 차트를 석권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갈 때마다 스스로에게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주류의 감각에서 멀어진 건지. 그 질문 앞에는 항상 '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아마도 이 수수께끼는 앞으로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번 공연을 보며 다시 한번 직감했다. 다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BTS의 퍼포먼스 완성도는 이미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것을 논하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처음 BTS 공연을 접한 건 코로나 시기의 온라인 콘서트였다. 지민을 가장 좋아하던 딸의 성화에 못 이겨, 프로젝터와 오디오가 갖춰진 사무실에서 가족과 함께 화면을 켰다. 공교롭게도 그 며칠 전, 마이클 잭슨 (Michael Jackson)에 빠져 있던 아들 덕분에 '디스 이즈 잇 (This Is It)'을 함께 본 후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딸은 금세 빠져들었지만 나는 공연 내내 같은 질문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대규모 무대, LED 배경, 그리고 BTS 7인과 안무진. 그게 전부였다. 배경이 화려해질수록 무대 위의 BTS는 소외되었고, 평면적인 구성은 초반의 흥분을 끝까지 유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차라리 뮤직뱅크 BTS 특집이 낫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냥 '디스 이즈 잇'의 부작용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그 뒤 BTS는 'Dynamite'와 'Butter'로 진짜 정상에 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군 복무를 택했다. 3년여의 공백. 그 공백을 잇는 무대로 그들이 선택한 것은 광화문이었고 플랫폼은 넷플릭스였다. 이제는 연 매출 2조 원대가 된 하이브가 뒤를 받쳤다. 자연스럽게 공연이 기대되었다.
공간을 낭비한 무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공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BTS 7인의 퍼포먼스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광화문이어야 했는가. 경복궁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다는 발상 자체는 탁월했다. 조선 왕조 역사의 무게를 품은 그 공간은 어떤 LED 스크린도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시각적 맥락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공연에서 광화문은 무대 뒤편의 미디어 파사드 배경으로만 소비되었다. 공간의 서사를 끌어안은 연출은 어디에도 없었다. 관객 배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활한 공간을 과감하게 비워 장엄함을 살리든지, 아니면 빽빽하게 채워 뜨거운 현장감을 만들어내든지. 그 어느 쪽도 아닌 배치는 화면 안에서 어색한 공백으로 남았다. 역사적 공간을 이용하고도 그 잠재력을 이렇게 허비했다면 이 무대가 과연 그 공간에 걸맞은 기획이었는가를 공연의 총연출 해미시 해밀턴 (Hamish Hamilton)을 비롯한 관련 크리에이티브 스태프들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공연의 기본 : 사운드
음향 문제도 짚어야 한다. BTS 공연은 음향 오퍼레이팅의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비교적 단순한 편에 속한다. MR(반주 음원) 또는 Live AR(공연용으로 별도 제작한 보컬·현장감 혼합 음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반주와 보컬 트랙의 믹스와 현장감을 위한 현장 사운드와의 밸런스만 잡으면 된다. 그런데 공연 초반부터 밸런스에 문제가 느껴졌다. TV 사운드바로 듣다 내장 스피커로 바꾸자 사운드가 나아졌다. 넷플릭스 시청자 중 TV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TV 스피커를 기준으로 믹스한 판단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콘텐츠라면 다양한 재생 환경을 아우르는 믹스는 기본 전제여야 한다. 다행히 이후 업로드된 버전에서는 사운드가 개선된 것으로 보여 후반 작업을 거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라이브가 다른 점
더불어, 이제는 MR이나 Live AR 중심의 공연 구조 자체를 재고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라이브 무대는 음원이나 뮤직비디오가 줄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백 밴드를 세우고 라이브 편곡을 더한 무대는 단순히 '사운드의 변화'가 아니라 BTS라는 콘텐츠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미 최정상에 오른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완성도의 반복보다 컨텐츠의 확장일 것이다.
연출의 부재
공연의 서사 구조도 아쉬웠다. 좋은 공연은 오프닝부터 피날레까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처럼 흘러야 한다. 마지막 곡을 마친 후 관객이 그 여운으로 발을 뗄 수 없어야 한다. 이번 공연에서 곡과 곡 사이의 연결은 느슨했고, 개별 무대들이 나열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멤버들의 멘트에서 팬들을 향한 진정성은 느껴졌다. 오랜 공백 끝에 다시 뭉친 일곱 사람의 감회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넷플릭스 생방송이라는 무대는 팬덤의 감동을 넘어 보편적인 서사를 구현해야 하는 자리다. 진솔함과 연출은 양립할 수 있다. 그 균형을 찾는 것이 프로다.
전달의 문제
공연은 아티스트를 세상에 선보이는 가장 강력한 매체다. 음원도, 뮤직비디오도 공연이 전달하는 압도적인 에너지와 현장감을 대체할 수 없다. 3년여의 공백 끝에 돌아온 BTS의 컴백 무대라면 더욱 그렇다. 치밀한 기획과 대담한 상상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자리였다. 그러나 하이브, 정확히는 빅히트 뮤직은 그 무게와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넷플릭스라는 매체를 통하여 세계로 생중계되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연 매출 2조 원대의 기업이 세계 최정상급 팝 밴드를 위해 마련한 무대가 국내 아이돌 쇼케이스와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BTS의 퍼포먼스는 이미 세계 최정상급이다. 문제는 그것을 담는 그릇이다. 아티스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선보이는 무대가 그 역량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티스트의 메세지는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이번 월드투어를 앞두고 하이브가 프로덕션과 크리에이티브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지 않는다면 이번 컴백 공연은 화려한 귀환이 아니라 하락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하이브에게 묻고 싶다.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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